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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아는,아무도 모르는_정미진(앳눈북스)|49일간의 기억에게 지지 않은 두 소녀 이야기

grayish 2025. 7. 13.

도서전 갔다가 책이 너무 이뻐서 산 책.

(이쯤 되면 나는 표지 그림이 중요한 사람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심지어 종이 촉감도 좋아..! 데헷. 

그리고 책 소개 글도 너무 재미있어 보여 꼭 읽어보고 싶었다. 

 

한 번의 유괴 사건. 사라진 두 소녀.
20년 뒤 떠오르는 두 개의 진실.

잃어버린 두 소녀의 49일간의 기억
그 기억의 실마리는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는가.

 

 

누구나다아는-아무도모르는-책-표지

 

와우.. 장르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쪽인가? 

주인공이 기억을 하나씩 떠올릴 때마다 범인을 찾아가는 스토리겠군. 

훗. 추리하면 나지.

하고 자신만만하게 읽었더랬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책소개: 사라진 두 소녀

흰페이지에-두소녀-그림

 

이 책을 읽기 전, 먼저 뇌리에 유괴, 범인, 실종이라는 단어를 싹 지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읽은 후에 통수가 크게 올 것이다..ㅎㅎㅎ

 

내가 하고 싶은 책 소개는 '어떤' 두 소녀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먼저 한 소녀의 이야기가 쭉 전개가 되고 마친 후에야 다른 소녀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형식이다.

그래서 두 번째 소녀의 이야기까지 다 읽어야 퍼즐이 맞춰지고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소설이라 반드시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야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유괴범을 추리하는데만 몰두했다가 한 소녀의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는 것을 보고 '아.. 책을 잘못 샀나?'라는 후회가 살짝 왔고, 유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두 번째 소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더랬다. 

 

 

사라진 소녀 1: 연우 이야기

어둠속에-얼굴을-내밀고있는-소년

 

연우는 눈을 떠보니 엄마, 아빠가 걱정스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주위에는 모르는 얼굴들이 가득하다.

어제 토요명화를 보고 잠들었는데.. 자다 일어난 것뿐인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사실 연우는 49일 간 실종되었다 현관 앞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연우가 사라진 그 시간 동안 범인은 자신이 연우를 유괴했음을 알렸고, 연우의 상태를 음성녹음이나 사진으로 보내왔다. 

그런데 하필 보낸 곳이 방송국이었고 그렇게 연우의 유괴 사건은 전국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연우는 49일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연우가 범인을 기억해 내길 바라고 연우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웠는지를 말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연우는 정말 기억이 안 났다.

기억이 없으니 사람들이 말하는 고통도 공포도 느낄 수가 없었다.

"내 두려움의 원인은 내가 고통스러웠다는 사실을 나를 뺀 모두가 알고 있고, 당사자인 나는 알지 못한다는 일이었다.
살아오면서 혹, 자신의 결점이나 치부에 대해 주위의 수군거림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차라리 면전에 대고 말하면 욕이라도 퍼부어 줄 터인데, 나만 쏙 빼고 모든 이가 내가 모르는 나의 어떤 점에 대해 수군거리는 일. 
그건 당해 본 사람만이 아는 끔찍한 기분이다."

"나만 모른다는 두려움은 어떤 감정보다 공포스러웠다."

 

결국 연우의 가족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이민을 떠난다.

시간은 흘려 20년이 지나고 , 연우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자 연우는 외로움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연우는 한국에 도착한 후부터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이 툭 툭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지만, 범인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우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도 찾아가 보고, 기자도 찾아가 보지만 아무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또다시 혼자였다. 
토요 명화를 보고 난 뒤 늦잠에서 깨어나 믿을 수 없는 일이 펼쳐졌던 열 살의 나.
그때의 나는 나를 제외한 모든 이가, 내 잃어버렸던 기억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참지 못할 두려움과 소외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진술할 수 있을 만큼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세상 그 누구도 지난 49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하지만 나만 모르던 공포.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하지만 나만 알고 있는 공포.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공포를 떨쳐 낼 수 있을까."

 

연우는 다 포기하고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았던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고 그래도 좋은 기억으로 가져가자고 다짐을 해보는데..

 

 

사라진 소녀 2: 유신 이야기

숲속을-헤메고있는-소녀

 

유신은 남편과 쌍둥이 아들과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날은 집에 아무도 없었는데 경비실에서 아버지의 차를 빼달라고 하는 것이다. 

다행히 집에 키가 있어 유신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한 6층쯤 왔을까? 갑자기 덜컹하고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유신은 혼자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된다.

얼마 후 경비실 직원이 안에 사람이 갇힌 걸 알고 밖에서 엘리베이터 문을 열려고 한다.

조금씩 열린 문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데, 유신은 자신도 모르게 온 힘을 다해 열리는 문을 닫으려 한다.

"가! 가! 나 두고 가! 여기 있을 거야! 나 괜찮으니 가라고!"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유신은 이상한 꿈을 꾼다.

그리고 자꾸만 집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고, 옷장이나 구석진 곳으로 기어들어가 숨으려고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심해지자 각종 검사를 받아보는데 결과는 이상 없음이다.

결국 정신적인 문제인가 싶어 남편의 후배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다.

  "네? 의도적 망각이라고요? 들어본 것 같아요. TV에서 봤어요.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살아남으려고 그 기억을 일부러 잊어버린다고요. 
그러니깐 선생님 말씀은 제가 망각했던 기억을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건이 촉매제가 되어 떠올렸다는 말씀이지요?
지금 이 미친 짓을 멈추려면 잊어버렸던 기억을 찾아내야 한다는 거고..."

 

사실 유신은 어릴 적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고, 외할머니 손에 키워져 자랐는데, 외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났었다.

그런데 왜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는지 어릴 적 기억이 없다. 

 

그리고 상담 이후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지금부터 숨바꼭질하는 거야.
누구한테도 들키면 안 돼.
아빠가 찾으러 올 때까지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는 거야. 알았지?" 

 

 

후기

누구나다아는-아무도모르는-책-뒷표지

 

연우와 유신 사이에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

나는 이 책이 '사라진' 두 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트라우마를 겪었던' 두 소녀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와 유신은 어떤 사건을 겪었고, 그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 나만 모르는 이야기.

하지만 결국엔 연우와 유신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억해 내고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기억이 공포스러웠다면, 이제는 알게 된 진실과 마주 해야 한다.

"당신의 목적이 당신이 앗아간 기억들 때문에 내 삶이 불행해지는 것이었다면 완전히 틀렸다.
당신의 계획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내 삶의 순간순간을 온전히 살아낼 것이다.
그로 인해 나라는 존재를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며 새로운 기억들로 채워진 새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내 이름은 정연우.
그 어떤 기억도 나의 현재를, 나의 미래를 발목 잡지는 못한다.
나는 지지 않는다. 당신에게. 그리고 49일간의 기억에게. 나는 지지 않는다."
-연우-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그 이후로 숨이 가빠지고 좁은 곳을 찾아가는 증상은 없어졌어요.
사실 완벽히 없어진 것은 아니고 아직도 가끔 악몽을 꾸거나 고립된 곳에 홀로 남겨지면 이명이나 현기증이 일 때도 있습니다.
네, 어떤 상처든 한 번에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일은 없지 않나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어떤 기억도 나의 현재를, 나의 미래를 발목 잡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지지 않습니다. 불행에게, 기억에게, 저는 지지 않아요."
-유신-

 

 

에필로그

카페-테이블-위-책

 

7월 5일 토요일 암사역 스타벅스 오후 4시 14분 

아... 겁내 덥다 더워.

(부들부들) 너 때문에..!

후.. 그래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더운 날씨를 탓해봐도

갑자기 카페 문을 안 연 사장님을 탓해봐도

어쩔 수 없이 너를 읽겠다고 이 더운 날씨에 암사동까지 온 내 탓이 제일 크겠지. 

그래도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으니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어보자.

커피 췍

에어컨 췍

멘탈 췍

그렇게 1시간을 지하철 타고 와서 땡볕 더위에 20분을 카페 찾아 헤매다가(가려는 카페가 문을 닫음) 도착한 스타벅스에서 30분 책 읽고 다시 1시간을 걸려 집으로 간 날. 

오늘은 잊을 수가 없겠다.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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