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_장류진(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좋아하는 것을 더 오래 지속하기 위해 하는 일
'일의 기쁨과 슬픔'은 사회에서 돈을 벌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책인 것 같다.
왜냐하면 소설은 단편집으로 되어있는데, 각 편마다 사회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 띵작이라 할 만큼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그중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편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소설 목차>
- 잘 살겠습니다.
- 일의 기쁨과 슬픔
-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 다소 낮음
- 도움의 손길
-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 새벽의 방문자들
- 탐페레 공항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등장인물 및 배경
같은 회사, 같은 팀 동료였던 지훈과 지유.
지훈은 오랜만에 지유에게 연락했다. 잘 지내느냐고.
지유의 답장은 일주일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자신은 후쿠오카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지훈은 아는 사실이었지만 모르는 채 후쿠오카 생활은 어떤지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후쿠오카에 가게 되면 자신의 여행 가이드를 해달라 부탁한다. 지유는 흔쾌히 알겠다고 답한다.
그리고 지훈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황금연휴라 다들 놀러 가는 시기.
지유는 지훈에게 어디 안 가는지 묻는다. 지훈은 계획이 없다고 말하려다가 후쿠오카로 여행 갈까 봐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유에게 여행 가이드를 부탁하며 둘은 여행 일정을 맞춘다. 그렇게 지훈은 다음 날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줄거리
지훈은 회사 다닐 때 지유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연인이 있었고 지훈은 양다리는 안 한다는 철칙(?)하에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지유가 청첩장을 내밀었다. 지훈은 이제는 자신의 짝사랑을 포기해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작년 봄 지유가 남편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결혼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지훈은 혹시라도 지유가 이혼하면 자신에게 기회가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 것이 사실이지만 사별은 전혀 생각지도 바라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지유는 경조사 휴가 후 바로 회사를 그만둬 그 기회조차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1년쯤 지나 지훈이 지유에게 다시 연락을 해본 것이다.
🧳1일 차 유후인
일본에 도착한 지훈은 지유가 예약해 둔 숙소로 출발한다. 도착한 숙소는 호텔이 아닌 료칸이었다.
유타카 차림의 지유가 지훈을 반겼고 자신의 옆 방에 지훈의 방을 예약해 뒀음을 얘기한다.
지훈은 자신도 유카타로 갈아입고 지유의 방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그리고 노천 온천과 실내 온천이 있음을 지훈에게 알려준다.
"옥상에 있는 노천 온천이 메인이고, 일층에 작은 실내 온천이 있어요.
일층 온천은 아침 시간에는 남탕, 오후 시간은 여탕. 옥상 온천은 그 반대고, 밤 아홉 시부터는 혼탕"
탕에는 지유씨 뿐이었고, 그녀는 온천탕의 왼쪽 끄트머리에 앉아있었다.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고 고개만 내민 채였다.
...
나는 허리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재빨리 빼고 물속으로 들어가 탕의 오른쪽 끝에 자리를 잡았다.
같은 물에 그녀와 내가 알몸을 담그고 있다. 침착하자.
...
기대 이상으로 완벽한 첫날이었다.
나는 나의 방, 그러니까 지유씨의 바로 옆방에서 모로 누워 지유씨를 생각했다.
나는 스물셋이 아닌 서른셋이었으므로, 가장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줄 알았고, 그래야만 했다.
황금연휴의 첫날일 뿐이었다.
🧳2일 차 후쿠오카
둘은 유후인에서 후쿠오카로 넘어와 오호리공원으로 관광을 간다.
공원 중심에는 큰 호수가 있고 호수를 따라 나란히 걷는다. 그리고 중간쯤 걷다 잔디밭에 앉아 풍경을 본다.
호수 위로 오리배를 탄 사람들이 그 위를 천천히 지나다닌다.
"예전에 지우 씨가 그렸던 오리랑 똑같이 생겼네요"
"무슨 오리요?"
"왜, 예전에 그.. 청첩장에 그린 그림이요, 지우 씨가 그렸다고 했잖아요."
"아, 그거. 사실 남편이 그렸던 거예요."
"그런데 왜 지유씨가 그렸다고 했어요?"
"남편이 그렸다고 하면 그냥.. 왠지 미안해서?"
"그때 내가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어요?"
"안다기보다는 그냥 조금. 어느 정도는요."
오호리공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기원역으로 이동해 도초지 절에 간다. 그리고 절에서 나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지훈이 예약해 둔 호텔로 이동을 한다. 지훈은 혼자 갈 수 있지만, 일부러 지유에게 지리를 잘 모르니 데려다 달라고 말한다.
호텔에 도착해 지유는 다음에 서울에서 보자며 정중하게 작별인사를 한다.
지훈에게는 황금연휴의 마지막 밤을 위해 준비해 둔 계획이 남아 있었다.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검증된 방법이었다.
호텔 방에 도착하자마자 백팩을 뒤졌다. 이상하다. 모자가 없었다.
어떡하지. 뭐가 있어야 가져가라면서 부를 텐데. 한참을 더 뒤졌지만 모자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점점 두려워졌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모자는 없지만 일단 급하게 지유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유씨, 모자 언제 가져간 거예요?"
"아까 지훈 씨 화장실 갔을 때, 내가 지훈 씨 가방에서 꺼내 갔어요."
"아니, 남의 가방을 그렇게 막 열어보는 법이 어딨어요."
"지훈 씨, 나랑 자고 싶었어요?"
"지유씨는 아니었나 봐요?"
"전, 반반?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자려는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대체"
"자면 뭐 해요, 어차피 자고 나면 다 똑같잖아요. 지훈 씨도 그걸 모르지 않잖아요"
"그냥 한번 자는 거? 저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에요.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래서 온 게 아니라고.
오늘이든 내일이든 내년이든. 지유씨랑 자고 싶은 게 아니라 만나고 싶은 거예요.
믿어봐요.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몇 년을 기다렸는데, 더는 못 기다리겠어요?"
....
세상 질척거리는 통화였다. 심지어 나는 울고 있었다. 최악이었다.
🧳3일 차 출국
지훈은 짐을 대충 챙겨 하카타 역으로 갔다.
역사 입구에는 꾀죄죄한 보자기를 둘러쓴 할머니가 종이컵을 들고 구걸하고 있었다.
지훈은 주머니에 엔화 동전이 있는 것을 알고 어차피 쓸 일 없는 돈 할머니에게 주기로 마음먹는다.
할머니 종이컵에 동전을 쏟아붓는 순간 손이 갑자기 축축해진다. 말도 안 돼. 종이컵 안에는 커피가 들어있었다.
당황해하는 사이 건너편에서 거구의 일본인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다가온다.
지훈은 백팩을 추켜 올리고 지하철 역사 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간다.
우리,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네.
음....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
독서 후기
지훈의 시점에서 쓰인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첫째 날까지는 지유도 지훈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둘째 날 지유가 지훈을 거절했지만 마지막 날 지훈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지유를 찾아가길 내심 바랬었다.
그런데 셋째 날 일본인 할머니의 종이컵에 커피가 든 줄 모르고 구걸하는 할머니로 착각해 동전을 쏟아붓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을 보고 이 모든 것이 지훈의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맞다. 책 제목이 '일의 기쁨과 슬픔'이었지.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을 망상. 망상이지만 또 너무 그럴듯해 착각했다.
나 이런 오피스 로맨스를 바랐었나? 이게 로맨스인가? 잠시 어리둥절해진 머리를 흔들고 현실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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