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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 소설집|수만 광년이 떨어져 있어도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grayish 2025. 6. 3.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에 기술이 발달해 우주에도 가고, 시공간을 넘나 들기도 하는 SF소설이다. 

흔히 SF소설을 생각하면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는 재미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그런 재미도 충분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담긴 정서가 '이별' '헤어짐' '그리움' '아련함' '애달픔' 등으로 감정의 밀도가 높아 한동안 마음이 먹먹해진 책이었다. 

 

책은 소설집으로 총 7개의 단편 소설이 담겨있다. 

º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º스펙트럼

º공생 가설

º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º감정의 물성

º관내분실

º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7개 단편 소설 모두 좋았지만, 그중 내 눈물을 펑펑  쏟게 한 단편을 소개해 보려 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배경: 우주개척시대, 오래된 우주정거장 밖으로는 인공위성들이 지나가고 푸른 지구가 펼쳐 보이고 있다. 
구석 인포메이션에는 낡은 로봇 하나와 정거장 안쪽에는 고장 난 안내 로봇 하나가 있다. 행색이 초라한 노인은 유리창 밖 우주를 보고 있고, 젊은 남자는 노인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보이지만 쉽게 못 꺼내고 노인에 대해서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다.  
 

 

 

 

📖등장인물& 줄거리
노인의 이름은 '안나' 우주정거장에서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가는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다. 
초라해 보이는 이 노인은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딥프리징' 기술을 연구한 학자였다. 
(딥프리징은 지구에서 먼 행성까지 이동하기 위해  긴 시간을 버티기 위한 냉동수면기술이다. 특히 냉동수면을 위해 인간의 체액을 대체할 부동액인 '안티프리저' 개발이 핵심이었는데 노인이 이 연구에 참여했었다.)
연구가 마무리 단계일 때쯤, 사람들은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주 행렬에 남편과 아들이 먼저 출발했고, 안나는 연구를 마무리 짓고 바로 따라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할 변수가 생겼다. 
시공간을 건너뛰는 우주 '웜홀'이 발견되면서 딥프리징은 더 이상 우주여행에 꼭 필요치 않은 기술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연구는 마무리 단계에 있었고 중단할 위기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면서 연구기간이 조금 더 늘어났다. 
그렇게 안나는 지구에서 약 1년  정도의 시간을 더 보내게 되었고, 마지막 학회 발표를 마치고 슬렌포니아로 떠나려 했다. 
그런데 학회 전날, 안나는 다음 날 슬렌포니아행 우주선이 마지막으로 출항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웜홀이 발견되면서 우주 연방은 웜홀로 이동할 수 있는 행성으로의 여행만 허락했고, 슬렌포니아는 웜홀이 없는 아주 먼 행성계였던 것이다. 

결국 안나는 학회를 좀 더 앞당겨 발표를 하고 서둘러 마지막 우주선에 탑승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돼 마지막 우주선을 타지 못하게 된다. 
 

"나처럼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이 제법 있었네. 사정상 제때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지.
우주 연방은 우리를 외면했네.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로 개척 행성에서 '먼 우주'로 급격하게 밀려난 행성들은 수십 개가 넘는데, 그 수십 개의 행성에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들을 보내기에는 경제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거야.
우스운 일이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 경제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방식만을 사용했던 것이 연방 아닌가"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우주 정거장]
"한 민간단체가 우리를 돕겠다고 나섰어. 그런데 승무원들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네.
예전 같았다면 썩 괜찮은 보수를 받고 지구와 행성을 오가는 긴 출장을 떠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이미 그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 있는 상황에 누가 그 시간을 들여가며 갔다 오려고 하겠는가? 냉동 수면 기술이 막 완성되었다지만, 그들에게도 시간을 발맞춰서 함께하고 싶은 가족들이 있었을 테니" 


"그래도 몇 달에 한 번, 그리고 몇 년에 한 번.... 아주 드물게, 먼 우주로 떠나려는 사람들을 싣고 우주선이 출발했다네. 바로 이 정거장에서 말일세."

"그리고 한참을 기다렸으니, 이제 내 순서가 돌아올 때도 되었지" 

 
남자는 우주 정거장의 직원이다. 
남자는 안나에게 우주정거장은 이미 5년 전에 폐기 시한이 지났고 안나가 계속 머물러 있어 손을 못 댔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 
안나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안나를 설득해 지구로 데려가야 한다. 
 

"이곳은 이미 100년 전에 폐쇄되었어요. 모르실 리가 없을 텐데요"

"당신, 나이를 추정해 보니 백일흔 살이더군요.
도대체 여태 어떻게 살아남으신 겁니까?
그동안 정거장에는 대체 몇 번을 오간 건가요?" 

 
안나의 나이는 170살, 그 나이까지 사람이 살아있을 수가 없다. 안나는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나는 내가 깨어 있는 만큼만 살아 있었다네"

"기다리기 위해서는 지겹도록 잠을 많이 자야 했지.
기다린 결과를 확인해야 했으니 가끔 깨어날 필요는 있었지만 말이야"


"언젠가는 슬렌포니아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기다리는 것이지.
언젠가는 이곳에서 우주선이 출항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언젠가는 슬렌포니아 근처의 웜홀 통로가 열리지 않을까..." 


"물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겠지"


"그래도 가보고 싶은 거야. 한때 내 고향이 될 수 있었을 행성을.
운이 좋다면, 남편 옆에 묻힐 수도 있겠지."  

 
남자는 끈질기게 안나를 설득한다.
정거장은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않고 안나가 거부한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지구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고. 
결국 안나는 포기하고 지구로 돌아가겠다고 답한다. 

남자는 우주정거장이 폐쇄되기 전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확인하기 위해 조정석으로 가 블랙박스를 찾는다. 
순간, 정거장 밖에서 기계음이 들리더니 안나가 자신의 우주선을 타고 출발하려 한다. 

남자는 막아보려 하지만, 안나의 오래된 우주선은 점점 정거장과 멀어만 진다. 떠나 버린 안나의 우주선을 보며 생각한다.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의 뒷모습은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독서 후기 

나의 눈물샘 버튼을 하나 더 찾았다.  슬퍼 헣헣헣... 하고 엉엉 울었다. 

뭐가 그렇게 슬펐을까. 생각해 보니 시간이 주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

특히나 광활한 우주에서의 시간은 세어도 세어도 끝없이 늘어나는데.. 그래서 그런가.

죽음(단절) 보다 더 심장을 옥죄는 이 슬픔은 아마 시간이 주는 감정인 것 같다. 

 

 

나무테이블-위-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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