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같은 사람을 찾습니다_홍준형 잡문집|달의 반점처럼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가 있었다.
한쪽 벽면은 나무 책장으로 짜여 있고 바닥과 테이블 모두 나무로 인테리어 한 엔틱 한 북카페였다.
음료를 주문하면 2시간 정도 이용할 수 있는데 읽을 책을 가지고 가서 독서할 수도 있고 책장에 꽂힌 책 중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독서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여기서 우연히 본 책 한 권으로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몇 해전에 없어진 북카페는 나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그날은 책장에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 하다 책 제목을 보고 책을 집었다.
'달과 같은 사람을 찾습니다' 홍준형 잡문집
잡문집, 산문집, 에세이.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별로 안 좋아했다.
왜냐하면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고 내가 그 사람이 아닌데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싶어 전혀 공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도 앞에 몇 장을 읽고 '아 에세이 같은 책이구나' 하고 덮으려 했다.
그런데 '책이 얇고 글씨도 큼직큼직하니 금방 후루룩 읽을 수 있겠는데?' '어떤 달과 같은 사람을 찾나 읽어나 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읽어나갔다.
한동안 내 프로필 사진에 걸려있었고, 좋아하지도 않는 잡문집을 소장하게 된 것은 아마 이 글귀 하나 때문일 것이다.
대화할 때는 누구의 옳고 그름도 아닌
서로의 마음만을 알아주었으면 그래서 대화의
끝에는 우위를 선점한 누군가가 아닌
나란히 옆에선 우리가 있었으면.
달과 같은 사람 (크고 작은 반점들)
4년쯤 흐른 뒤였을까.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이.
그 시간 동안 조금은 어른이 되었나 보다. 다른 이의 이야기에 공감할 줄 알게 되고 느낄 수 있게 된걸 보니.
이제는 에세이가 좋아하는 책 종류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달과 같은 사람을 찾습니다. 를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장 재미가 없고 도대체 이런 글을 왜 쓰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목차의 글이 지금은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나를 돌아보고 위로해 주는 글이 되었다.
바로 달을 닮은 크고 작은 반점들이다.
달을 좋아하세요?
달의 표면에는 움푹 들어간 검은색 반점들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노란색으로 예쁘게 빛나고 있는 달이지만, 달을 가까이서 보면 크고 작은 반점들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달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각자의 사정과 아픔이 있는 사람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힘든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 달을 닮은 사람들.
나도 크고 작은 반점들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반점이 생기고 없어지는 순간 중에 하루를 보내고 있다.
-13p
달에 있는 크고 작은 반점들은 저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지고 있는 상처와 힘든 순간의 기록들이었다.
세상 무서울 거 없고 어떤 일이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자신했던 내게도 크고 작은 반점들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그 자체를 부인하고 외면했다. 그럴 리 없다고. 그 후에는 원망과 자괴감이 폭발했고 나중에는 체념을 하게 되더라.
나의 첫 번째 반점은 그동안 오만했던 나를 벌주듯 깊고 크게 생겼다.
상처가 아물기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체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반점이 생기고 나니 어느새 나도 크고 작은 반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참 신기하지.
필사하기 좋은 글귀
달과 같은 사람을 찾습니다. 에는 작가가 읽었던 책 중에 좋았던 글귀, 필사하기 좋은 내용들도 담겨있다.
나의 반점을 마주 본 후에 봐서 그런가. 희한하게 위로가 된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누군가 옆에서 토닥여주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혹시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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