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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일기_박소영 박수영 지음|다시 동물로 이어지는 사랑하는 일

grayish 2025. 4. 2.

자매 일기의 전작인 '살리는 일'은 나에게 다른 의미로 '괴로운' 독서를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이 책은 캣맘인 저자가 길고양이를 돌보며 겪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누군가의 일상이 이렇게까지 마음 아플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암울하다거나 비극적이다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
출간을 앞두고 고민이 깊었다. 결코 즐겁지 않은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글 여기저기 배어 있는 슬픔과 분노에 독자가 지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살리는 일'을 주제로 책을 쓰기로 한 이상, 읽는 이의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내 고민을 숨길 수는 없었다.
부디 괴로운 독서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살리는 일 6p-

 

 

(동물권 에세이)살리는 일_박소영 지음|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살리는 일' 책 제목만 놓고 보면 한 생명이 눈앞에서 위태롭고 그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가슴을 졸이는 장면이 상상된다. 어떤 작가가 어떤 내용을 적었길래 '살리는 일'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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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책장에는 '살리는 일'과 함께 '자매 일기'도 꽂혀 있다. 사실 같이 사놓고 '자매 일기'는 안 읽었다. 

왜냐하면 '살리는 일'에 대한 여운이 짙었던 터라 다음 책을 읽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박정민 배우가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자매 일기'를 소개하는데(살리는 일, 자매 일기 둘 다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무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다.) '살리는 일'보다 좀 더 가볍고 유머스럽게 썼다는 것이다.

해서 넘어가고 말았다. 이번에는 좀 덜 '괴로운 독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독자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자매 일기' 여는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이쯤 되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수영에 대해, 우리 자매의 정신없고 뒤죽박죽인 일상에 대해.
책을 읽은 분들이 짐작하시는 것처럼 우리의 하루가 그렇게 고되고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우리는 매일 실망하고 자주 낙담하지만, 그만큼 웃기도 하고 또 가끔은 숨이 넘어가도록 깔깔거리기도 한다는 것을.

'살리는 일'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이 책이 더 편하게 가 닿을 것이란 개인적인 기대도 있다.

 

'살리는 일'은 동물권 에세이이지만, 박소영 박수영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처럼 '살리는 일'을 읽은 독자라면 두 자매에 대해 더 알고 싶고 궁금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독자의 갈증을 박소영 작가님이 알아챈 걸까.

'자매 일기'는 박소영 박수영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러나 역시나 동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다음은 내가 '자매 일기'에서 인상적으로 읽은 목차이다. 

수영
say💬

아시온, 길 위에서, 내가 <점심시간>을 찍을 수 없게 된 이유
소영  say💬



[집에 대한 생각]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1,2_수영
영화 <자매>, 그 뒷 이야기_소영

[예술에 대한 생각]
어느 예술-애호-자매의 변심기_소영
여전히 음악을 듣지만_소영

[카메라에 대한 생각]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_수영
보고 싶다 보고 싶지 않다_소영

 

다만 한 편 정도는 통할 수 있기를,
그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흘러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 편이 아니다. 여러 편이 와닿았고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했다.  

특히나 박수영 작가님이 쓴 글이 개인적으로 조금 더 좋았다. 아마 나와 닮은 부분을 발견해서 이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도 힘이 되어주는 <아시온> 같은 존재가 있었고, <길 위에서>처럼 '미워하는 것만큼 쉬운 게 없구나' 하고 때때마다 변하는 사람의 마음에 질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가 만들어 놓은 방으로 숨었지만 이제는 나와야 한다는 용기를 <내가 <점심시간>을 찍을 수 없게 된 이유>에서  얻기도 했다.

 

그러니 박소영 박수영 자매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길 수밖에. 

사실 '살리는 '일을 읽었을 때는 두 자매에 대한 안타까움, 힘듦, 불편한 마음이 컸는데 '자매 일기'를 읽고 나서는 '따뜻한' '성장' '단단한' '부러운' '행복한'이 내 마음에 남아 기뻤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표지 제목이나 000 지음 그리고 차례와 본문 글이 박소영 작가는 녹색박수영 작가는 보라색으로 색깔 구분을 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색이 튀지 않아 모르고 지나 칠 수 있는데 일일이 구분해 놓은 것 보면 역시 '자매는 자매다' 싶은 생각이 든다. (형제, 자매끼리는 같은 옷 입기 싫고, 비슷해 보이기 싫고 내가 더 돋보이고 싶고 그러지 않는가ㅎㅎ)

 

 

 

🔖

이 결말엔 어쩌면 우리 자매의 단단한 비관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혁명이 일어날 리도 없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질 리도 없다는. 다만 그것이 절망이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하고 싶다.

모든 변화는 '사이'에서 꿈틀대는 법이니까. 서로를 끈질기게 응시하는 두 자매 사이에서, 그리고 글자를 핑계로 이렇게 만난 당신과 나 사이에서.

 

 


 

 

 

(동물권 에세이)살리는 일_박소영 지음|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살리는 일' 책 제목만 놓고 보면 한 생명이 눈앞에서 위태롭고 그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가슴을 졸이는 장면이 상상된다. 어떤 작가가 어떤 내용을 적었길래 '살리는 일'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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