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책 만드는 법_이진 지음|편집에 진심인 자에게 태도를 배우다.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은 앞서 읽은 '꼭 맞는 책'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게 된 꼬꼬무 책이다.
꼭 맞는 책_정지혜 지음|책 처방으로 고민타파!
이 책의 저자는 파주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고, 책도 3권이나 출간한 분이시다. '꼭 맞는 책'은 출간한 3권의 책 중 가장 최근에 쓰인 책이라 작가님이 다년간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의 노
develop.writer-ju.com
사실 인문 교양은 잘 안 읽는 분야라 내가 만약 이 책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봤다면 읽어봤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꼭 맞는 책'에서 말한 시절인연이라는 것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이다.
정성적인 책 만드는 방법이 담겨있는 책인가? 싶지만 저자가 16년간 편집자로 일해오면서 겪은 자신의 경험담을 적었다고 한다.
내가 이런 책을 쓸 자격이 있을까?
라는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험을 나누는 데 어떤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는다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도 인문교양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책의 탄생 과정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인문교양 편집자가 기획하는 방법
편집자의 일 중 하나가 출간할 책을 발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집필을 제안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제안'이라는 말을 들으면 언뜻 적극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 떠오르는데, 이 책의 저자는 조금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아 쉽사리 확신하지 못하고 걱정이 많다고 한다.
"누군가의 글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도 이미 다른 회사랑 계약하지 않았을까(그래 그럴 거야),
이렇게 어설프게 제안하면 바로 거절당하지 않을까(그러니까 기획을 좀 더 벼려 보자),
이 저자는 이미 저 편집자와 수년간 책을 잘 내 왔는데 내가 새삼스럽게 뭘 제안해도 될까(두 사람의 아름다운 관계를 지켜주자),
저렇게 인기 있는 저자는 이미 10년 치 계약이 다 되어 있을 거야(난 그의 독자로 만족해)하면서 지레 포기하기 일쑤다.
조금 더 나아가 그의 다른 글을 여럿 찾아 읽어 보고 집필 제안서까지 써 놓았다가도 어떤 부끄러움을 끝내 내려놓지 못해 보내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내 모습 같기도 해 내심 마음이 찡하고 저 여린 성격에 어떻게 편집자 일을 할까? 걱정 반, 궁금함 반인 마음이 들었는데 괜히 16년 차 편집자일까.
이 책은 편집자의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저자의 일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존경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연이 닿아 있던 사람에게 살며시 제안을 꺼내 조금씩 다듬어 가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출간 행사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라든가, 추천사를 의뢰했던 필자라든가, 학교 선배나 친구 등 '아는 사람'을 놓고 그가 무엇을 쓰면 좋을지를 고민해 구체화하는 방식이 많았다.
그렇게 해야 내가 좀 덜 부끄럽고, 덜 두렵고, 덜 어렵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저자가 「사전, 시대를 엮다」라는 번역서를 출간하면서 좌담회에서 만난 정철 씨와의 인연으로 그를 설득해「검색, 사전을 삼키다」와 「최후의 사전 편천자들」에 이어「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까지 총 3권에 책을 출간하게 된 이야기를 읽으며 저자는 운이 좋아서라고 표현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같은 마음이 되어 뭔가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인연이 된다는 것은 절대 운만 따라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자 나름의 기준이 있고, 원석을 알아보는 눈과 한 사람 한 사람을 면밀히 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단행본 기획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그동안 한 번도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 혹은 이 사람 밖에 쓸 수 없는 주제라면 한번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가 앞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궁금한 사람이 먼저 있었고, 그가 지닌 여러 재미난 지점 가운데 무엇이 책이 될 만한지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 작은 성공은 저자와 내가 다음 책을 도모할 수 있는 지지대가 되었다. 어느새 우리는 서로 깊이 신뢰하게 되었고, 같이 일하는 게 꽤 편안하고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수시로 만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지만 20대, 30대, 40대를 거치며 인생이라는 크고 넓은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길은 가끔 만나 한 권의 책을 낳을 테고, 이따금 멀찌감치 떨어져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책을 사이에 두고 마음을 나눈 관계는 진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저자는 자신의 인생의 진액을 짜낸 책을 함께 만드는 편집자와 유대감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사이에 두고 맺은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니 독서모임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이들이 책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자신의 마음과 인생을 터놓는다. 처음 본 사이지만 진하다.
편집자에겐 전쟁에 임하는 비장함이 있다.
'편집자의 몸만들기'를 읽고 본격 편집 전쟁터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심한 편집자가 기획하는 방법'에서는 저자가 책에 얼마나 진심이고 사람과의 인연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지가 느껴졌다면, '편집자의 몸만들기'는 책 만들기에 진심이 편집자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나 비장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정말로 이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삶 자체를 '편집자로 살아가기 위한 몸'을 꾸준히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하자고 말하고 싶다."
"'일하는 나'와 '일 밖의 나'가 잘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때론 지긋지긋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담가가 되었다가, 전략가도 되었다가, 매니저도 되어야 하는 게 편집자의 일이다."
"어떤 뚜렷한 묘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경험을 계속하면서 사과도 하고, 감사도 하고, 반성도 하며 자기 감각을 꾸준히 단련해 가야 한다."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아직 입문 수준인 독서력이지만 요즘 책에 대한 시선이 출판사로 많이 가있는데(소규모 출판사 발굴하기, 출판사 북클럽 참여하기)
이 책을 읽으니 어떤 편집자가 만들었을까? 하고 책의 구성이라던가 띠지 문구라던가, 추천사, 강조 문구 등을 관심 있게 보게 되는 것 같다.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역시도 책의 이 모양 저 모양을 살펴보다 뒷면 카피를 봤다.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엔 뒷면 카피가 크게 와닿지 않았고, 이 카피가 이 책에서 전하는 핵심 메시지 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그런데 본문 중간중간 저자가 독자를 '편집자'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보며 '편집자(저자) 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편집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 혹은 진심이 이것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오탈자 없는 책이 아니라, 신중하게 고른 어휘와 잘 다듬어진 문장, 명쾌한 주제의식으로 이루어진 책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여러 번 들여다보고 매만져 주는 편집자의 눈과 손이 필요하다."
"교정교열을 많이 할 것을 권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책의 콘셉트나 표지 및 띠지 카피, 제목, 보도자료의 주요 토픽까지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가 그 과정에서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일기_황정은 에세이|그가 어떤 세상에서 사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한 에세이와는 달랐다. 내가 짐작하고 기대했던 에세이의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나는 에세이를 뭐라고 생각했을까? 머리를 뎅~하고 맞은 기분이다. 에세이의 뜻을 국어사전에
develop.writer-ju.com
어른의 어휘력_유선경 지음|나 그리고 타인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
내 mbti가 T에서 F로 바뀐 계기가 있다. 이전의 나는 대문자 T답게 사실(진실)을 답하는 편이었고 내 기준에서 사실에는 다른 뜻이나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사실은 사실일 뿐이니깐. 그 이상도
develop.writer-ju.com
나의 새벽은 차 한잔으로 시작된다_임영하 지음|차처럼 순한 책.
나에게는 '새벽 로망'이 있다. 동트기 전 5시쯤 일어나 자리를 정돈하고 가볍게 세수를 해 정신을 깨운 다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왜인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깨어있는 시
develop.writer-ju.com
쓸 만한 인간_박정민 산문집 <윌라 오디오북 추천> 그의 목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윌라 오디오 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박정민 배우의 산문집 을 발견했다. 아마 이맘때 박정민 배우와 강동원 배우가 출연한 영화 '전란'을 봤었던 것 같다. 그때 내게 박정민은 강동원의 무
develop.writer-ju.com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_김영아 <필사 책 추천>
나는 내 글씨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성인이 된 이후로 본 내 글씨체는 '애들 글씨체'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좀 더 어른스러운 글씨체를 가지고 싶었는데' 하는
develop.writer-ju.com
'Reading Books > 독서·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꼭 맞는 책_정지혜 지음|책 처방으로 고민타파! (1) | 2025.06.19 |
---|---|
어른의 어휘력_유선경 지음|나 그리고 타인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 (1) | 2025.03.01 |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_김영아 <필사 책 추천> (0) | 2025.01.10 |
독서의 기록_꿈꾸는 유목민 지음|2025년 독서 목표를 정하다. (0) | 2025.01.05 |
댓글